‘망각’도 AI의 능력으로… 서울대·성균관대, 스스로 잊는 AI 반도체 첫 구현

최근 정보는 기억하고 오래된 정보는 스스로 잊는 AI 반도체 소자 첫 구현
손글씨 데이터 75% 압축 후 90.4% 인식… 초고속·저전력 엣지 AI 하드웨어 기대
국제 저명 학술지 ‘Advanced Science’ 논문 게재

2026-08-11 08:55 출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서울대-성균관대 연구팀은 ‘잊는 능력’을 이용해 반도체 주가 변동 예측 계산에 성공했다

서울--(뉴스와이어)--‘잊는 능력’이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연산 기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구현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박민혁 교수 연구팀은 성균관대학교 윤정호 교수 연구팀과 함께 최근 입력은 잠시 기억하고 오래된 정보는 스스로 잊는 반강유전체 기반 AI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소자의 한계로 여겨졌던 ‘자연스러운 망각’ 특성을 오히려 시계열 정보를 처리하는 핵심 연산 기능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음성, 생체신호, 환경센서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들어오는 데이터를 별도의 초기화 과정 없이 연속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향후 음성인식 기기와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자율주행 센서, 산업용 IoT 등 저전력 엣지 AI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복잡한 시계열 신호를 별도의 초기화 과정 없이 연속 처리할 수 있으며, 산화지르코늄(ZrO₂) 기반 반강유전체 터널접합(AFTJ)을 물리적 리저버 컴퓨팅(PRC) 소자로 활용한 첫 사례다.

음성이나 심전도, 환경센서처럼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정보는 현재 값뿐 아니라 직전 입력의 맥락까지 함께 처리해야 한다. 사람이 대화를 할 때 방금 들은 문장을 기억해야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기존 AI 하드웨어는 메모리와 연산 장치 사이의 반복적인 데이터 이동으로 속도와 전력 효율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비휘발성 소자 기반 리저버는 이전 상태를 지우기 위한 초기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어 최근 정보만 일정 시간 유지하고 오래된 정보는 스스로 지우는 소자 수준의 단기 기억 기능이 요구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압을 가하면 상태가 변하고 전압이 제거되면 스스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반강유전체의 특성에 주목했다. 산화지르코늄과 비정질 인듐·갈륨·아연 산화물(a-IGZO)을 결합한 2단자 소자를 제작하고, IGZO 조성을 조절해 작은 상태 변화도 뚜렷한 전류 차이로 읽어냈다. 최적화된 소자는 약 890의 온·오프 전류비를 나타냈으며, 4비트 입력의 16가지 조합을 서로 다른 전류 상태로 구분했다.

성능 검증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손글씨 숫자 인식에서는 입력 데이터를 75% 줄이고도 90.4%의 인식 정확도를 기록했다. 실제 소자 특성을 반영한 회로 모델은 에농(Hénon) 카오스 신호와 실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변화를 각각 NRMSE 0.01489와 0.12263의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며 시계열 정보 처리 성능을 입증했다.

*에농 카오스 신호: 간단한 수학식으로 생성되지만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증폭돼 미래 값을 예측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비선형 시계열 데이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설계·제조·장비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을 종합해 나타낸 지수로, 실제 금융시장의 복잡하고 불규칙한 변화를 반영하는 시계열 데이터.

제작된 소자는 면적 4만제곱마이크로미터(㎛²)를 기준으로 약 2마이크로초 만에 동작했고, 연산당 에너지 소비는 480피코줄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멤리스터 기반 PRC 소자와 비교해 가장 빠른 속도와 세 번째로 낮은 에너지 소비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소자를 더욱 미세화해 면적을 100제곱마이크로미터로 줄이면 동작 속도는 약 192나노초, 에너지 소비는 115펨토줄 이하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초기화 없는 연속 처리, 다중 상태 표현, 데이터 압축, 빠른 동작과 낮은 에너지 소비를 하나의 2단자 소자에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별도의 초기화 과정 없이 시계열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소자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차세대 저전력 엣지 AI 하드웨어의 가능성을 넓혔다.

향후 음성 명령, 웨어러블 생체 신호, 환경·산업 센서 데이터를 센서 가까이에서 처리하는 저전력 엣지 AI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으며, 소자 미세화와 어레이 집적이 진행되면 더욱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술은 과거 입력 정보를 짧게 기억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을 학습할 수 있어 향후 주가 변동을 비롯한 복잡한 시계열 데이터의 미래 값을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예측하는 저전력 AI 하드웨어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민혁 교수는 “반강유전체가 전압 제거 후 스스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한계가 아니라 ‘망각’이라는 연산 기능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하나의 2단자 소자에서 비선형 변환과 단기 기억, 자연 초기화를 함께 구현해 저전력 시계열 AI 하드웨어의 소자 선택지를 넓혔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소자 면적을 줄이고 어레이·회로 수준의 검증을 진행해 음성·생체·환경 신호를 현장에서 처리하는 엣지 AI 시스템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 제1저자인 권태규·정문식 박사과정생은 현재 재료공학부 소속으로, 박민혁 교수의 지도 아래 강유전체 기반 뉴로모픽 소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권태규 박사과정생은 반강유전체의 메커니즘 분석뿐 아니라 이를 이용한 소자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정문식 박사과정생은 산화물 반도체를 사용한 뉴로모픽 소자 성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두 박사과정생 모두 향후 반강유전체 기반 뉴로모픽 소자와 물리적 리저버 컴퓨팅에 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S-2024-00406897, RS-2025-02654040).

※ 참고 자료

- 논문명/저널: Volatile ZrO2 Antiferroelectric Tunnel Junctions for Rapid, Energy-Efficient Physical Reservoir Computing, Advanced Science

- DOI: https://doi.org/10.1002/advs.76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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